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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메디칼타임즈=이화여대 의대 본과 4학년 하보경 4월이 들어서자마자 사방에 꽃이 피면서 봄내음을 느끼곤 한다. 눈으로 보기는 아름답지만, 마냥 꽃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극성을 부린다.또 꽃가루뿐 아니라 밤낮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호흡기를 괴롭히기도 한다. 봄철을 맞아 야외활동을 많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생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1. 알레르기 비염봄철의 단골손님이라고 불리는 알레르기 비염은 겨울이 지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으로 흔히 나타난다. 이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만일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콧물과 함께 짙은 농이 나오기도 하며 두통과 발열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또 초기의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비염, 부비동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관리와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매년 이맘때인 봄철, 재채기나 코막힘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이러한 알레르기 예방에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날씨가 풀려서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특히 환절기에는 양치 후 30초 정도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하는 것 또한 입안 세균을 제거해 비염, 감기, 편도선염 등의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1. 알레르기 결막염봄철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고, 그로 인해 눈이나 눈꺼풀 내면을 둘러싸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면 이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한다. 원인 물질로는,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등이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이 눈에 지속적으로 닿게 되면 눈의 가려움과 이물감을 유발하는 것부터 눈시림과 눈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또 되도록 봄처럼 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 혹은 꽃가루가 많은 곳을 갈 때 외출을 삼가거나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눈이 가려울 경우 비비지 않고 얼음찜질이나 인공눈물을 넣는 것이 좋다.1. 만성폐쇄성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기도와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질환이지만, 사실은 폐암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다.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10대 사망원인으로 만성폐쇄성질환(COPD)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만성폐쇄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지만, 각종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노출됐을 시 폐에 염증을 유발한다.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가 있는데, 이 중 호흡곤란이 가장 주요한 증상이다. 기침이 첫 증상일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기기 쉬운 증상이고, 일부는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잘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렇게 요즘과 같이 겨울을 지나 따뜻해지면서 건조한 대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여러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알아보았다.봄 환절기가 되어 눈이나 코가 가렵거나 기침이 자주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러한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봄철 다양한 질환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이러한 질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도록 하자.
2024-04-22 05:00:00오피니언

배장환 교수 "특정 공무원 처벌 대신 진심어린 사과 원해"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특정 공무원이나 특정 직역을 처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은 보고 싶다."앞서 충북도지사와의 면담에서 사자후를 보여 주목을 받은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순환기내과)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의대증원 쟁점 관련 장문의 글을 남겼다.충북의대 배장환 교수배 교수는 "(특정공무원, 특정 직역 등)그들은 이미 전문가로서의 품위에 심대한 손상을 입은 상태이므로 이러한 일에 다시 손 대기 어려울 것이고 사라질 것"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그는 "전문가들이 잘못했을 때 실수가 아닌 의도가 있었다면 사퇴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라며 "자신의 정치적 야심이나 2차적 이득을 위해 의사라고 하는 전문가 집단을 악마화했고 욕을 보였으며 정부와 전문가 직역간 신뢰를 깨뜨리는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이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인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배 교수의 글은 이번 총선에서 의대증원 등 정권심판론이 작용,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인 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1352명의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을 상대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또한 배 교수는 현 시점에서 의대증원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그는 우선 의대증원 논의를 중단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의대증원 논의를 중단하면 젊은의사들이 복귀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 어느정도 해결된 것으로 의료계는 지난 공백에 따른 추가 수련이나 일시적인 수련시간 증대 등 충분요건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배 교수는 이어 대통령실 직속 의료인(혹은 의사) 수요연구 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위원회 구성원은 전의교협, 의학회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와 정부 그리고 연구기관, 사용자 등을 포함하는 안을 제시했다.그는 "끝장 토론을 통해 무제한 의료사용을 논리적 수준에서 제한하고 (환자)전원 결정은 의사가 한다는 어렵지만 중요한 논제를 세우고 의사추계 연구를 최소 1~2년간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그는 이어 "이와 동시에 필수의료, 지방의료를 발전시킬 정책을 논의하고 지원해 달라"며 "이를 선시행한다면 현재 무너진 정부와 의료계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04-15 09:09:25병·의원

의료를 바탕으로 한 치유의 중심에 선 학생들

메디칼타임즈=고신의대 본과 2학년 이원정 요즘 의료사태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언제든 의료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점점 기본적인 의료와도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사태에서도, 환자들이 검진을 받지 못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에 있는 '벧엘'이라는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학생들과 고신대 복음병원 의료진들이다.의료선교 동아리 '벧엘'은 비록 학생의 신분이나, 배운 지식과 기술로 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길을 내밀러 가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다. 해외 의료선교는 물론이고 국내 의료선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오늘 이 글에서는, '벧엘' 동아리 학생들이 올해 3월 최근 2차례 나간 국내 의료선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3월 9일 토요일, 창원 현동샬롬교회에 벧엘에 소속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13명의 학생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님들을 비롯한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을 포함한 18명의 인원이 모여 현동지역 무료 의료 진료를 다녀왔다.학생들과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은 접수팀, 엑스레이팀, 간초음파팀, 갑상선 초음파팀, 심전도팀, 주사팀, 산부인과팀으로 나눠 진료를 수행했다. 각자의 맡은 역할에서 사람들이 혹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귀기울이며, 환자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지역 특성상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현동지역 무료 진료이기에, 나이 드신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알아듣기 쉽도록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고 환자분들이 불편하신 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고 진료를 수행했다. 환자분들이 그동안 본인의 건강에 대해 찜찜했던 모든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가실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벧엘'3월 31일 일요일, 김해합성초등학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의료진료를 다녀왔다. 이번 무료 진료에서는 고신대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를 비롯하여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와 치과가 참여하였으며, 고신대 의과대학·간호대학 학생들 18명이 참여하였다.의료 진료뿐 아니라 한편에서는 화분 만들기, 풍선 만들기, 축구하기 등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놀아주고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사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현장은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다문화 어린이들, 보호자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우리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아픈 몸에 대한 진료를 받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그동안의 어딘가 모르게 허했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억을 선사해준 의료봉사였다.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희망무료진료소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 곳곳을 둘러보면, 의료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충분히 의료를 받고 있지 못해, 자신의 아픔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아직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라도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또한, 교수님들 옆에서 의료 진료를 돕고 보조하면서, 우리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X ray를 찍고, 혈압을 측정하고, 차트를 작성하고 사람들에게 약과 질병에 대해 묻는 의료적인 부분뿐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갔다.그들의 몸뿐 아니라 힘듦, 지침, 외로움, 소외감 같은 정신적 아픔마저 품고 위로한다면 환자들은 병도, 마음도 다 치유되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다.의료를 바탕으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모아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심에는, 다름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곳이 어디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다.
2024-04-15 05:00:00오피니언

인재를 함께 기르는 나라

메디칼타임즈=차의학전문대학원 오예지 얼마전 미국을 방문하여 난임 연구실 박사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 최근 핫한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등록금 무료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학 교수 출신이자 이사회 의장 루스 고테스먼이 10억 달러를 기부했고 아인슈타인 의대는 NYU에 이어 뉴욕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의대가 되었다.고테스먼 의장은 신입 의사들이 20만 달러가 넘는 등록금 때문에 진 학자금 빚 없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향후 의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미국의 경우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떠올릴 때 사업, 금융, 로펌을 떠올린다고 한다. 한국에서 의대가 인기 많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학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국가와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미국인들은 어떻게 이처럼 기부에 관대할 수 있는 걸까? 해답은 미국이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본인 또는 가족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인재가 나올 수 있고 그 인재가 국가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이러한 사회 속에 양성된 인재들은 그 가치를 이어받고,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위한 인재를 함께 길러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참 감명 깊었다.한국 의료계는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의사과학자의 수가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 수 부족 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얼마 전 약사인 친척 오빠와의 대화 중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왔고,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곳은 성적 안 좋은 의사들이 가는 인기 없는 과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여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다.바이탈과를 가고 싶다는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주변의 인식은 성적이 안 좋아서 인기과를 못 가는 의사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자기 PR시대에 필수과들에게 씌워진 잘못된 편견 정정과 더불어 왜 인기가 없어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가 왜 필요한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또한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본다.'一年之計 莫如植穀也, 十年之計 莫如植木也, 終身之計 莫如植人也'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고,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국가 구성원 전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24-04-08 19:51:39오피니언
인터뷰

"젊은의사, 희망 없어지고 좌절만 남아…수련에 무관심 팽배"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있다면 바로 무플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이제 분노와 슬픔을 넘어 좌절과 무관심으로 향하고 있다."최근 전공의 150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해 이슈가 된 젊은의사가 있다.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그 주인공.류옥하다 씨는 "정의로운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잡아 가두든가, 보건의료독재를 포기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정부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 충북 영동 작은마을로 이사가 자연과 함께하는 유년시절을 보냈다.류옥하다 씨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가장 아프고 괴롭고 힘들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진료과목을 선택할 때도 응급의학과에 관심이 갔다. 충청도 지역주민의 최후의 보루를 책임지는 응급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주 120시간을 근무한 인턴 시절도 의사로서 꿈을 키우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그는 "인턴 시절은 힘들었지만 일 자체가 재밌었다"며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도 즐거웠고 환자가 나아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이어 "지금 의료계 상황을 보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며 "농사도 1년을 내다보고 짓는데 의료정책은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졸속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현 정권, 의료시스템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 남겨"류옥하다 씨는 최근 전공의‧의대생 총 1581을 대상으로 동향조사를 진행 후 결과를 발표했다.그는 "전공의 절반이 보복이 두려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기사를 보고 여론을 알고 싶어 직접 기획했다"며 "하루에 한두 팀 정도 전공의와 의대생을 만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531명(34%)이 '없다'고 답했다.류옥하다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 3명 중 1명은 향후에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라며 "현 정권이 국내 의료시스템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긴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류옥하다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 3명 중 1명은 향후에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라며 "현 정권이 국내 의료시스템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긴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젊은의사들은 의대증원 정책 초반까지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무관심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뻔한 소리를 또 할 것이라 생각하니까 희망이 없어지고 좌절만 남은 것"이라고 토로했다.한두 달이 아닌 장기전을 생각하는 전공의들은 이미 다른 길을 모색하는 상황.그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나가 의사로 삶을 계획하는 동료들이 많이 늘었다"며 "의사가 아닌 다른 직종을 생각하는 전공의도 많다"고 말했다.이어 "나 또한 병원 밖을 나와 다양한 활동을 해보니 많은 꿈이 생겼다"며 "농부와 의학전문기자, 의료컨설턴트, 의료정책연구관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보고 싶다. 우선 지금은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류옥하다 씨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에 참여한다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지금도 정부에 대화하자고 얘기하고 싶다"며 "2000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대화가 아닌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눈다면 언제든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또한 그는 "사람 한 명이라도 부당하게 잡아 가두는 정부 밑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일 것"이라며 "정의로운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잡아 가두든가, 보건의료독재를 포기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정부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04-04 05:30:00병·의원

"의사-환자 연대, 한국의료 구하자" 암환자 분류 프로젝트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의료공급자인 의사와 환자가 뭉쳐 의대증원 사태로 불안에 떨고 있는 암 환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가톨릭중앙의료원 류옥하다 전 전공의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극심한 암·만성질환자를 위한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밝혔다.가톨릭중앙의료원 류옥하다 전 전공의는 2일, 젊은의사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암환자 분류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어제(4월 1일), 12개 소비자단체 연합인 '한국소비자단체의회'와 전공의, 의대생이 만나 논의를 진행한 결과 젊은의사들은 환자와 국민의 신뢰가 붕괴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현재 전공의 사직 이후 급성 응급의료체계는 작동하고 있지만,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군은 암 환자, 만성질환자로 아급성기 환자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결론 내렸다.류옥하다 씨는 소비자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암, 만성질환자 특히 1~3개월 단위로 항암치료를 받아야하는 환자들은 진료가 연기되는 것에 직접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하지만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증원 2000명을 거듭 고수하면서 현실적으로 전공의, 의대생은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에 사직한 전공의를 주축으로 휴학 의대생, 의대교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 Nationwide Cancer/Choronic disease Triage Project).류옥하다 씨는 "이번주 내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면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독자 판단이나 진단이 아니라 진단한 교수와 연락해 진료 지연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해 각 환자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찾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개인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복지부에 해당 센터를 구축해 공식 시스템화 되길 바란다.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해 혼란이 마무리된 후에도 의료전달체계 복원에 기여하는 것을 꿈꾼다"고 덧붙였다.NCTP는 첫 진단 병원 및 진단한 교수의 이름, 가장 불안한 것이 무엇인지, 현재 예약/치료가 얼마나 지연됐는, 다른 병원 혹은 1~2차 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이용할 의향 여부 등을 확인해 도움을 줄 예정이다.그는 "(전공의)저희는 병원을 떠난 것이지, 결코 환자 곁을 떠난 것은 아니다"라며 "젊은의사들은 환자들과 연대할 것이다. 약자와 약자가 뭉쳐 변화를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이어 "앞으로 젊은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 환자 중심 의료에 힘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의료 소비자인 환자와 공급자인 의사가 모여 한국 의료를 구하자"고 강조했다.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가 1581명 답변한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한편, 이날 류옥하다 씨가 공개한 전공의 설문조사 결과 '차후 전공의 수련에 의향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87.4%가 '정부와 여론이 의사직종을 악마화 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실시했으며  전공의 1만2774명, 의대생 1만8348명 총 젊은의사 3만 1122명 중에 1581명이 응답했다. 이어 '구조적인 해법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전공의도 76.9%에 달했다. '심신이 지쳐서 쉬고 싶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41.1%였지만 앞서 답변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앞서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99%가 '아니오'라고 답했다.적절한 의대 정원을 묻는 질문에는 총 2558~3058명과 현행(3058명)유지가 가장 비중이 높았다. 사실상 젊은의사들은 사실상 현행보다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인 셈이다.또한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1위는 '비현실적인 저부담의 의료비'를 90.4%가 꼽았으며 이어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이라는 응답도 80.8%에 달했다.류옥하다 씨는 "2000명으로 늘리면 남는 사람들이 채울 것이라는 식의 정부 태도에 대해 분노와 불신으로 시작해 이제는 절망과 무관심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2024-04-02 14:15:53병·의원

스마트폰의 시대,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본과 4학년 이동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동물원, 혜화동 中)스마트폰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07년 아이폰 1이 나온 이후,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8.3%에 달한다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높은 보유율만큼이나,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였다.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쉽게 날씨를 확인하고,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식사 레시피를 검색하곤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교통편과 숙소, 공연, 스포츠 경기들을 예약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은행 업무와 학사 행정까지 처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능에 가까운 도구이다.하지만, 다양한 기능만큼이나 암울한 점들 또한 존재한다. 바로 스마트폰 의존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52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중 스마트폰을 하루 8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51.9%, 1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26.9%에 달한다고 한다.스마트폰 하루 사용 시간이 긴 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사용군은 정상 사용군에 비해 어깨 통증 호소가 많았으며, 상태 불안과 특성 불안, 우울 모두 정상 사용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한편, 이런 경향은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3세~69세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 20대에서는 31.3%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이 생활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조절 능력이 감소하여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에서는 일반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심리 요인이 두드러졌다.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74.0%), 배터리가 부족하면 초조해지거나(75.8%), 장기간 사용 후 우울감 혹은 무기력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54.0%)고 하였다. 이외에도 신체적인 폐해, 대면 만남의 감소, 높은 스트레스 해소 의존도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이런 스마트폰 의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거리두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아직,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관련 글들 몇 가지를 분석하여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제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1) 활동 계획을 세우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감소한 만큼,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정해 그 일들로 시간을 채워보자. 독서, 자기 계발, 운동, 사람과의 만남, 취미 생활 등 주제를 정해 활동 계획과 목표를 세워보자.2)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요일을 정해두자. 시간을 설정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심야 시간, 잠들기 직전, 주말 혹은 휴가 등 특정한 시간과 기간을 정해두고,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시간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기기 자체의 스크린타임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시간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음소거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3)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만들자. 예를 들어 침실 혹은 침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보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마련하여 명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4) 잠시 앱을 제거하거나 휴대전화를 다운그레이드하자. 조절이 어렵다면 해당 앱을 잠시 삭제하고 활동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집착하게 된다면 앱을 지원하지 않는 피쳐폰 등의 휴대전화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5)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 것을 고려하자. 조절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스마트쉼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스마트폰 중독에 관해 상담을 받아보자.날이 좋다. 봄으로 접어들며, 볕은 점차 따사로워지고, 최고 기온은 20도를 넘나들고 있다. 개나리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벚꽃도 봉오리를 피울 준비를 하는 중이다. 주말마다 서대전 공원 한 귀퉁이에서 프리지아와 장미, 달고나를 파시던 노점상 상인 분은, 벚꽃이 피면 벚꽃축제 장소에서 꽃을 파실 예정이라 하신다. 6천 원 정도면 동네 마트에서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포장된 딸기 한 상자를 살 수 있다. 프로야구가 지난 3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하였다. 한화이글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갈 것이다.봄이 되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고, 밖으로 나가 잊고 있던 것들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1]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202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대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사용 정도에 따른 상지통증, 불안, 우울 및 대인관계(2012, 황경혜 외, 한국콘텐츠학회)[3]2022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04-01 05:00:00오피니언

의·당·정 대화 조짐에 젊은의사들 "누구 마음대로?" 발끈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여당과 의과대학 교수들이 회동하고,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류옥하다 전공의(인턴)는 전날 국민의힘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의 회동을 두고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직한 것은 전공의인데 의대 교수들이 대화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정부·정치권과 의료계와의 대화 조짐이 보이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그는 전의교협은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의대 교수들은 이해 당사자로 수련 주 52시간제, 폭력과 폭언에 따른 수련병원 해제, 교육 중심 수련환경 구성 등에 대해 전공의와 각을 세우는 이들이라는 것.이는 마치 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직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또 전공의들은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보건복지부는 이미 '전공의 처우개선 토론회'에 전공의는 부르지 않는 등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이는 마치 전공의를 노비 취급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마름이나 지주와 머리를 맞대는 꼴이라는 지적이다.또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타협은 없다고 못 받은 것을 겨냥하며,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대화하자는 것을 믿을 순 없다고 반박했다.특히 복지부는 2017년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보조금을 삭감하고, 의약분업 파업으로 인상했던 수가를 다시 삭감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월 1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10조 원을 투입해 필수·지역의료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정부가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이를 통해선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맞섰다. 면허 정지 시 행정소송이나 위헌법률심판에서 높은 확률로 정부가 패소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주된 의견이라는 것.이는 헌법 15조의 '직업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며, 37조에 따라 그러한 조치가 행해질 '필요한 상황'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이와 관련 류옥 전공의는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는 이미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9.4 의·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강조했다.이어 "전국에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늘어난 당직과 근무시간에 교수들은 지쳤다. 사명감을 가진 전공의들은 병원과 필수의료를 영영 떠나겠다고 한다"며 "지금이라도 불통과 갑질을 멈추고 고통받는 을인 환자와 전공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촉구했다.의대생들도 정부와 대화 요청을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이날부터 대학 측에 휴학계 수리를 요청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휴학계를 수리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또 의대 증원 사태의 당사자로서 의대협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고 의료 정책을 논의할 의·정 합의체를 꾸리라는 것.이와 함께 ▲국제 비교를 통한 합리적 수가 체계 및 최소 인상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재논의 ▲휴학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요구했다.이와 관련 의대협은 "과학적 연구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타산만을 위해 추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중대한 의료 정책을 조속히 논하기 위한 의·정 동수의 의·정 합의체를 구성해 법제화된 보건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현 의료의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 분석 및 해결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고 밝혔다.이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줄곧 외면하다가 의료 정책을 졸속 추진해 발생한 현 사안의 책임을 시인하고 투명한 조사 후 국민에게 사과하라"며 "의료사고의 법적 다툼에서 선의에 의해서 행해진다는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환자의 특이적인 상태와 체계적인 안전 관리를 충분히 고려한 제도를 도입하라"고 강조했다.
2024-03-25 11:01:05병·의원

문명의 발전과 환경 결정론 총·균·쇠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2학년 안희상 근대 이후의 문명의 발전은 유럽에서 시작한 서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 하필 4대 문명도 아닌 유럽이었을까? 무엇이 유럽을 이토록 발전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작 '총, 균, 쇠'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책의 제목인 총균쇠는 유라시아와 아메리카가 교류를 시작한 시기에 두 문명 사이에 극단적인 격차를 나타내는 문명 발전 속도 차이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격차를 만들었을까? 저자는 이를 문명의 역사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대륙의 형태와 동식물의 분포 차이가 궁극적으로 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문명의 발전의 시작은 농업이었습니다. 채집에서 농업으로의 전환은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큰 혁명입니다. 원시적인 농업이 아닌 문명을 지탱할 수 있는 농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식물과 조건에 부합하는 가축이 있어야 합니다.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밀과 소와 돼지가 남중국에서는 쌀이 농업 및 가축화되었고 같은 위도로 넓게 뻗어 있는 특성상 빠르게 퍼졌습니다. 대륙의 형태와 적절한 동식물의 조화가 농업사회의 기초를 다진 것입니다.반면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긴 대륙의 형태 탓에 농업이 확산되거나 발전하지 못했고 농업사회에 적절한 동식물 또한 부족했습니다. 농업이 얼마나 체계화되었는지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의 격차를 벌린 첫 사건이었습니다.농업은 잉여 자원을 잉여 자원은 잉여 노동력을 제공했습니다. 이에 사회에서 역할에 따른 분업이 생겼고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문자가 발명되었습니다. 문자의 발명은 역사를 기록하게 했고 학문과 고등 사회 체계를 발전하게 했습니다.가축화된 동물들이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균과 접촉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강화되었습니다. 균에 대한 내성은 아메리카 사회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안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명의 차이는 곧 '총, 균, 쇠'라는 문명 간 극단적인 차이까지 이어진 것입니다.그 이후 동서양은 키우는 작물의 차이가 사회의 성격을 결정지었습니다. 뉴기니의 정치지도자인 얄리는 다이아몬드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기술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기술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 질문은 총, 균, 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다이아몬드 교수님은 25년 후 책으로 답을 합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이 책의 의의는 인류의 불균형적인 발전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인종 간의 생물학적 능력 차이를 부정하며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이처럼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의 기저에는 많은 운과 환경이 뒷받침되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총, 균, 쇠'가 사회적으로 환경결정론을 주창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이 책을 보며 스스로의 능력을 성찰하고 겸손과 감사의 교훈을 전해주지 않는가 싶습니다. 
2024-03-25 05:00:00오피니언
인터뷰

"내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 미복귀 가장 걱정스럽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현재 가장 걱정은 내과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으로)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 알레르기내과)은 20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행보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은 의대증원 사태가 의약분업보다 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당초 예고했듯이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이렇게 되면 협상은 힘들어진다고 봐야한다. 전공의 특히 내과 등 필수과목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내과 전공의들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면서 의료공백 사태 또한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박중원 이사장은 의대증원 사태를 기점으로 수십년간 쌓아온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추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다음은 박중원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Q: 한국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OECD국가 의료지표를 보면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접근성이 높고 의료의 질 또한 우수하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수술대기가 워낙 길어 인근 동유럽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또한 최근까지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미래에는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사실 한국의 의료시스템 이면에는 값싼 노동력 즉, 전공의들이 버텨줬기에 가능했다. 올해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내년에도 신규 전공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지금까지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긴 어렵다. Q: 올해 필수의료 전공의 미복귀 이후에도 내과 지원율에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사실 최근 젊은의사들의 세태변화를 고려할 때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미복귀는 당연한 결과다. 의대증원 이슈가 없을 때에도 젊은의사들은 전문의 수련 대신 일반의로 개원시장 진출을 택하는 추세다. 여기에 의대증원 이슈까지 겹쳐지면서 필수의료 분야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본다.Q: 의뢰로 의료공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조만간 의대교수들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낮에는 수술, 외래진료를 하면서 밤에는 당직서기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2개월, 3개월 장기화될수록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과 등 필수의료 전문과목 의사들의 헌신으로 버텨왔는데 앞으로는 의사의 헌신을 강요하면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Q: 과거의 의료시스템으로 회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 무엇보다 정부-의료계-국민간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본다. 의대교수와 전공의간, 정부와 의료계간,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바닥났다. 의료영역에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의대증원 사태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당시만해도 정부와 협상테이블에서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대화가 전혀 없다. 정부가 "대화 창구가 열려 있다"얘기 하는 것은 말 뿐이다.Q: 내과학회 차원에서 당장 내년 전공의 모집 대책 좀 세웠나?만약 올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정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혼란기에는 즉각적인 대응만 가능할 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Q: 의과대학 공개사직 교수들이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그렇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우려된다. 의료계가 의료정책에 대해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냉소가 분노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애정과 열정이 있기 때문인데 그조차 사라진 '냉소'만 남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의료정책 등 국가 운영은 대형 화물선을 운항하듯 해야 하는데 스포츠카를 몰듯이 하면 어떻게 하나. 답답하다.
2024-03-21 05:30:00병·의원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얼마 전 절에 일주일정도 묵은 적이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갔기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러나 곧 소유로부터 오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을 만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할 나위없이 안락해졌고, 마음은 풍요로워졌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방을 마주했을 때, 내 정신은 극도로 아득해졌다. 번잡스럽고 요란함의 극치였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문득 이 소비주의의 굴레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내 방은 유년시절부터 모아온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책들로 가득 찬 책장 20칸과 바닥에 쌓아놓은 책들이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진 옷가지와 더러운 화장대는 숨을 답답하게 했다.이 밖에도 아기 때 받은 손수건, 천 피스 퍼즐, 누군가의 명함, 피아노 교본, 인형 등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이 흐릿해서 이제는 더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아쉬운 순간이 올 것을 대비해 아꼈던 것들은 사진을 찍어 남겼고, 남은 물건들을 모두 거실로 빼냈다. 거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이것들을 그냥 버리자니 환경오염이 걱정되었다. 중고장터에 팔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물건들이 많아서 거래를 기다리는 것만해도 일년은 걸릴 듯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의류/이불류/문구류/서적/전자제품 등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른 곳에 팔거나 기부할 수 있었다.다만 기부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단체들도 있고, 기준이 모두 달라 전략적으로 택배 상자 수와 물건의 종류를 써가면서 구상했다. 밑에는 필자가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을 보냈는 지 간략하게 써놓은 것이다. 참고하여 한적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헌옷청년 : 옷과 신발을 정리했다. 집에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무게를 측정한 뒤, 돈으로 바꾸어 주신다. 카카오톡과 네이버카페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단, 무게가 20kg이하이면 무료로 수거해 가신다. 이외에도 헌옷을 받아가는 업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옷캔 : 머리띠, 목도리, 장갑 등 의류관련 잡화와 얇은 이불, 인형들을 정리했다. 한 박스당 최소 만원의 기부금을 낸다. 기사님께서 수거해가신다.    나눔폰 :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 충전기, 보조배터리를 보냈다. 착불 택배로 받으시며,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제품을 분해하여 유해물질을 처리하고 금속들은 재사용한다.알라딘 중고서점 : 교양서적, 전공서적을 싼값에 팔았다. 훼손이 심하지 않은 서적들은 중고로 팔았고, 많이 찢어지거나 누렇게 변색된 책들은 폐종이로 분류해 정리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는 세계문학 전집과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최신 책들을 드렸다.    pencil & note share 프로젝트(PnNs) : 문구류를 보냈다. 물감, 작은 메모장, 스티커, 도장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아 비닐과 고무줄로 잘 정리하여 보냈다. 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하실 예정이라고 하여 영어책도 같이 넣었다.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기증된다. 당근마켓 : 전자제품이나 부피가 큰 물건들을 포스팅했다. 우산수리 서비스 : 각 자치구별로 저렴한 가격에 우산을 수리해준다. 그러나 필자의 집에는 우산이 너무 많아,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여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제로웨이스트샵에 기부했다.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 가장 유명한 가게들이다. 기부영수증이 발행되어 연말정산을 할 때 일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 박스 이상이면 택배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를 끝낸 뒤에 시작한 물건정리와 포장은 잘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물건을 꺼내고, 분류하고, 닦고 정돈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안 살림을 모두 엎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아우성을 쳐서 앞으로는 매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한 번 정리를 하니 내가 정말로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들은 환하게 눈에 잘 띄었다. 비운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찾는 과정이었다.깔끔해진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헛헛하기는 커녕 기쁨의 옹달샘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충만하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물건을 사는데도 돈이 들지만 이를 처분하는 데는 더 큰 시간과 정성이 들었다.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다.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짐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무거운 새는 날지 못한다.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길임을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2024-03-18 05:00:00오피니언

아주의대 비대위 "답은 정부에…남은시간 없어 실마리 풀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답은 정부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감히할 수 없는 조잡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고집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아주의대 비대위는 12일 두번째 성명서를 통해 정부를 향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병원 내원 환자들에게도 이같은 내용으로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아주의대 비대위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감히 할 수 없는 조잡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고집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제발 말 좀 들어달라. 대한민국 의료 좀 살리자"라며 호소했다.아주의대 비대위는 12일 두번째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대책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과거 의사파업과 이번 사태의 차이를 짚었다.과거 젊은의사들의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2천명 증원에 절망해 더이상 의사 업을 할 필요성을 못 느껴 '사직'을 택한 것인데 이를 법리적 논리를 적용하며 상응하는 처벌을 무기로 압박하는 행태를 지적했다.특히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를 추진하는 정부의 행보는 오히려 병원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하는 확인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젊은의사들은 면허 정지기간 이후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 분야로 진출해 수련병원 진료체계의 궤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주의대 비대위는 "전공의가 떠난 후 응급·중환자 진료는 남은 교수가 버티고 있지만 마냥 유지할 순 없다"면서 "의사가 봐야 하는 환자는 이런 환자만이 아니다. 남은 시간이 별로없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한다"고 촉구했다. 
2024-03-12 13:18:27병·의원

자기를 찾는 여정: 메타인지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3학년 조우영 여러분은 언제 처음 스스로가 실존한다고 느끼셨나요? 언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감각하시나요?부끄럽게도 저는 자아를 찾은 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실시간으로 느끼는 감정을 관조할 때, 저는 제가 살아있음을,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감각합니다.하지만 제가 자의식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청소년기에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형성되었을 자의식이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퇴색되어 자유라는 탈을 쓰기 때문입니다.최근 한 책을 읽으면서 흘러가는 사고와 감정을 느끼는 주체를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인식하게 되었습니다.저는 제가 지금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해왔다고 여겼던 행동들과 가치관들이 알고 보니 자의식 없이 세상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내재화하여, 마치 그것들이 저의 자유에 따른 선택과 가치관인 양 살아온 결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어찌 보면 세상에 표류하는 텅 빈 배와 같았던 것이죠. 이를 조금 확대하여 해석해보면, 융의 말의 빌려 지금까지 자기가 아닌 자기가 만들어낸 자아로 살아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나의 영혼이 사고하고, 감각하는 것을 실제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외부의 가치관이나 스스로 만들어낸 습관,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할 때가 많았던 것이죠.이러한 자아는 오랫동안 외부 세계에 적응한 결과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는 스스로(자기, 영혼) 진정 원하고,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무의식적 관성에 의해 세상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누군가가 너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어? 왜 이렇게 말을 했어? 너는 무엇 때문에 공부해? 너의 삶의 원동력이 뭐야? 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요?그렇다면 어떻게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감각하며, 솔직하게 자신의 선호와 선택에 따라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메타인지가 그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프로이트와 융이 말한 무의식은 의식을 형성할 정도로 강력하기에 나의 무의식적 결과를 의식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무의식의 지배를 받아 살아갈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매 순간을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내린 말과 행동으로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울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순간, 메타인지를 활용하면 적어도 타인이나 세상이 주입한 가치관이 아닌, 나의 뜻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살면서 이런 질문을 품고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무의식적 결과에 거리를 두어 의식적인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내가 방금 왜 이 말을 했지? 내가 방금 왜 이 행동을 했지? 왜 아까 이런 생각을 했지? 학기가 시작된다면 나는 왜 공부하고 있지? 등 우리가 항시 지나쳐온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 심지어 생각까지도 ‘왜’라는 질문을 던져 해체해보는 것입니다.이 질문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과 그 감정을 느끼는 본질적 나에 대한 고민 없이 살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에 무관심하게 될 것입니다.하지만 혹자는 왜 우리가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도 썩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며, 자기가 선택한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은 항상 무겁게 느껴지고, 더 나아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저는 메타인지가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주고, 자기를 발견하는데 좋은 도구가 되지만, 또 한편으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는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의견, 내가 느꼈던 감정, 내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행동들에 자기만의 이유를 붙여줄 수 있는 방법이 메타인지입니다.거창하게 스스로의 삶을 찾아 자아를 실현하는데 메타인지를 사용하지는 아니하실 지라도, 여러분이 여러분의 편이 되어주신다면, 외로움과 자기 증명의 압박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의 위로의 손길로 질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왜?
2024-03-11 05:00:00오피니언

성격으로 걱정하는 내향인에게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1학년 박주미 '현대 사회는 외향인 중심적이다'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조용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이 좋으면 평판이 좋은 학생으로 간주한다.그런데 그러한 내성적인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하면, 예상치 못한 빈번한 그룹 활동과, 하루종일 동기들과 함께하는 일상에 당혹스러웠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교수님들께서는 종종 의사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그러면 나는 지금의 성격을 바꾸지 못하면 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것인가?' 스스로 내향인이라 강하게 확신하는 필자는 저러한 고민을 입학 이래 계속해서 안고 있었는데, 최근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미국의 한 변호사가 내향성의 가치를 탐구한 결과를 담은 책인 『콰이어트』이다. 내성적인 사람도 충분히, 바라는 것을 잘 해낼 수 있다.사실 외향성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주류가 된 것은 꽤 최근이다. 과거에, 현재의 자기계발서 역할을 한 처세 지침은 성서나 종교적 우화들이었다. 그러한 부류의 책들은 자제력, 도덕성을 비롯한 내면의 덕목을 찬미했다.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도시화로 인구 밀집 현상이 발생했다. 그에 따라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렇게 자기계발서들은 성격, 외부의 매력에 관해 조언하기 시작했다.그렇다면 현대 사회도 도시화되어 있으니, 결국 외향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주목하며 능력 있다 여기고, 말이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말수가 많은 사람의 의견이, 말수가 적은 사람의 의견보다 낫다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극에 둔감하기에 성급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들이 밝혀졌다.그리고 혼자 있을 때 '의도적 연습'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의도적 연습'은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인데, 자신이 도달해야 할 정확한 지점을 알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을 위해 고독이 필요한 이유 중 가장 중대한 것은, 상황을 스스로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전체 시간 중 극히 일부만을 주도하게 되기에 혼자 있는 것이 필수 여건이다.글의 전체 주제에서 벗어나기는 하나, 그렇다면 '의도적 연습'이 어려운, 많은 학교에서 점차 도입하고 있는 그룹 학습이나, 직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개방형 업무 공간 등은 잘못된 것일까? 고정관념에 반해, 브레인스토밍에 관한 연구 결과, 집단으로 할 때보다 혼자 할 때 아이디어의 양과 질 모두 나았다.동료 집단의 압력은 거절의 두려움 같은 불쾌감과 연관된, 편도체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실 집단사고가 현재와 같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온라인 협력 때문이다.위키피디아 같은 성과를 보고 어디서나 협력을 강조하게 되었으나, 온라인은 사람 간 직접 대면이 없다는 주요한 특징이 있다. 그래도 학습이나 업무 중 사람 간 교류는 필요하다. 그러면 이때는 단독 작업과 집단 작업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협력의 이점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내향성의 장점으로 세상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인물이 있는데, 그중 간디를 소개하고 싶다. '비폭력 저항'으로 유명한 간디는 조용한 강인함을 보여준 여러 일화가 있다. 하나는, 간디가 속한 카스트 계급은 육식을 금했다.간디가 영국 유학을 가기 전에, 카스트 지도자들은 그가 채식주의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 그에게 카스트의 명령을 언급했다. 그러자 간디는 어쩔 수 없으며, 카스트가 유학 문제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그렇게 간디는 그 계급에서 제명당했으며, 귀국 후에도 제명 상태가 유지되었다. 그래도 간디는 저항 없이 명령에 순순히 응했다. 그런데 후에 그가 정치에 관한 일을 할 때 지도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대가 없이 그를 돕고, 지지했다.이러한 이야기들로 필자가 외향인을 공격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저자도 이야기하듯, 내향인과 외향인은 직장 동료로서도, 친구로서도, 심지어 커플로서도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필자는 현대 사회에서 내향인들이 자신의 성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필자의 글이 흥미로웠다면, 여기서 언급한 것 외에 다양한 측면을 다룬 『콰이어트』를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2024-03-04 05:30:00오피니언

뇌혈관 전문의 방재승 교수가 본 2천명 의대증원, 진짜 문제는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대통령님께서 2000명 증원은 변할 수 없다고 밀고 나가시면 전공의들도 정말 수련을 포기할 세대입니다."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업무복귀명령 당일인 2월 29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에 '윤석열 대통령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미래의료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가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방 교수는 지난 2022년 8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두고 의료현장에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그가 다시 펜을 들었다. 방 교수는 2천명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이 의료현장에 미칠 파장과 정부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밀려 의료현장에 복귀했을 때 가져올 참담한 결과를 조목조목 짚었다.분당서울대 방재승 교수(신경외과)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을 통해 2천명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방 교수는 앞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 뇌혈관 전문의 부족현실을 짚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자신 또한 30대 초반, 전공의 시절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낙담해 미국 의사고시를 통해 미국 의사가 되고픈 마음도 있었기에 현재 전공의들의 낙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그는 "사법처리가 무서워서 복귀한다면 현실에 씁쓸해하며 더 나아가지 못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날 것"이라며 "미국 의사국가고시(USMLE) 인터넷사이트가 폭주해서 폐쇄됐다는 씁쓸한 기사처럼 대한민국 인재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이어 "요즘 젊은의사들은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의사를 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자신의 삶을 바쳐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시대도, 세대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또한 방 교수는 현재의 강대강 상황에서 중재가 되려면 '의사 수 2천명' 전제를 깨고 논의를 시작할 것을 강조했다.그는 "의사인력 1만5천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못된 수치로 의대정원을 한해 2천명 늘리면 오히려 의료현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료수가'를 정상화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지방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국가에서 지방의료에 투자해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방 교수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도 얼핏보면 필수의료를 살리는 듯 포장했지만 정작 '의료수가'라는 핵심은 빠진 정책이라고 했다.그는 "제발 의료수가를 OECD국가 평균이라도 맞춰놓고 비급여 시장을 손봐야 한다"면서 "의료수가를 올리려면 국민들이 의료비를 더 내야하는데 어떤 정치인도 나서는 분이 없다"며 말도 안되는 의료수가 현실부터 짚어줄 것을 강조했다.갑작스러운 개원의 자격 제한 또한 이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방 교수는 의사단체를 '돈만 아는 파렴치범'으로 매도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 의료시스템이 낮은 의료수가로 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 외국 의료기관을 한번이라고 방문해 본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현실.한국 의사들이 얼마나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근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봉을 받는 지 OECD국가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데 집단이기주의로 내몰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그는 마지막으로 전공의가 없는 위험천만한 의료현장의 실상을 전하며 "현재의 의료수가로 양질의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라며 "의료수가 현실화 없이 의사 수만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희생정신으로 일했던 의사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 한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뿐"이라고 우려했다.아래 내용은 방재승 교수의 '윤석열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 전문이다. 방 교수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으로서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알리고 싶어 글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대통령님께 올리는 글>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뇌혈관외과 전문의 방재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에게, 병원을 지키고 있는, 현직 신경외과 의사로서 참담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여태까지 보지 못한 전공의들의 강한 태도와 정부의 비현실적인 의료정책에 심각함을 느낍니다. 이번 의료정책을 만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실무자들인 임상 의사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고, 잘못된 수치와 정책을 정부에 제시하고 대통령의 힘을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1. 의사인력이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못된 수치이며, 의과대학 정원을 한 해 2천명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의료현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필수의료의사와 지방의사 수가 부족한 겁니다. 필수의료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겠고, 지방의사수가 부족한 것은 국가에서 지방의료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료행위에 맞는 의료수가를 정상화하여 의사들이 '의료(의술로 병을 고치는 일)'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죽으라고 노력하여 막상 의사가 되고 보니, 순수한 의료행위 자체로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면 다른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는 이야기 들으면서까지 의사를 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또한 자신의 삶을 바쳐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시대도, 세대도 아닙니다. 그들이 강경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2.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료수가라는 핵심을 논하지 않은 정책입니다. 얼핏 보면 필수의료를 살리는 듯하게 교묘하게 포장해 놓은 정책입니다. 1) 필수의료패키지에는 정확한 수치도 없고 "비급여진료에 대해 제한을 한다"는 내용이 있으나, 이것 때문에 개인병원이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의료수가(의료행위비용)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으니, 개인병원 의사들이, 비급여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손익을 맞출 수가 없는 의료시스템인데, 비급여재료 사용을 '필수의료 패키지' 조항으로 제한하면, 개원가 병원이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저 같은 뇌혈관외과 같은 필수의료분야가 주로인 대학병원에서조차도 비급여재료를 사용안할 수가 없는 현실에서, 양질의 수술은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제발, 의료수가를 OECD 국가 평균이라도 맞춰놓고 비급여 재료 시장을 손봐야 합니다. 국가 재정이 없으니 당장은 안되더라도 5년, 10년 보고 서서히 수가를 OECD 국가 수준으로 올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의료수가' 이야기만 나오면, 국민들은 '돈만 밝히는 의사 집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자주 경험하는 데, 현재의 의료수가는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못 미치는, 터무니없는 수치인 데, 국민들은 정말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듯합니다. 제가 시행하는 뇌혈관외과수술의 수가도 일본 수가의 1/5 수준임을 어느 국민들이 아시겠습니까? 쉽게 예를 들면, 똑 같은 재료로 만든 짜장면 한 그릇을 일본에서는 5,000원에 파는 데, 한국에서는 1,000원에 팔라고 정부 법으로 정해 놓았으면, 중국집 사장님 입장에서는 4,000원이 손해니, 여기에 뭔가 몸에 좋다는 금가루, 은가루 같은 것을 짜장면 위에 추가 (소위 끼워팔기)하고, 짜장면 그릇을 금대접이나 은대접 같은 것으로(소위 비급여재료 사용)해서 억지로 4,000원을 맞추어서 실제 수익은 5,000원으로 맞추는 것이 현재의 한국 의료현실인데, 이것을 국가에서 강제로 금가루, 은가루, 금대접, 은대접을 사용 못하게 하고 그냥 양질의 최고급 짜장면만 만들어 "무조건 1,000원에 팔아라! 4,000원 손해보더라도 애국심으로 1,000원에 팔아라!" 하는 식이니, 어느 중국집 사장님이 애국심만으로 장사하겠습니까?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중국집 사장면이 "짜장면 가격 5,000원으로 올려달라!"라고 주장하면,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중국집 사장"으로 매도해버리는 상황과 같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은 전 세계가 5,000원에 파는 데, 유독 한국에서는 국가가 통제해서 "1,000원에 팔아라!"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그러면 짜장면 수가 100% 인상해서 "2,000원에 팔아라!" 한 뒤, 그래도 "5,000원에 팔게 해주세요!"라고 중국집 사장님이 이야기하면, 역시나 "수가 100% 올려줘도 징징대네.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중국집 사장!"으로 매도하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필수짜장은 3,000원에 팔고, 비필수 짜장은 이제 "금가루, 은가루 넣지 말고 1,000원에 팔아라!" 라는 게 '필수의료 패키지'정책입니다. 그러면 중국집 사장님들은, "그럴거면 짜장면 안만들고 안팔겠습니다. 짜장면 만들고 팔기만 하면 적자가 나는 데 내가 왜 짜장면을 만들어야 되나요?"라고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럴 경우,  "짜장면 안 만드는 중국집은, 범죄자로 사법처리하겠다"고 국가에서 으름장을 놓는 것과 같습니다.  3,000원 받아도 원가가 안되는 데, 이게 무슨 필수의료수가를 올리는 정책인가요?  국민들이 이런 내막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의료시장'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지금까지 한국은, 터무니없는 낮은 수가에도 의사들의 희생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온 건 데, 이제는 이런 '희생정신'과 '애국심'만으로, 요즘의 젊은 세대를 억누르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의사도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직업이기에, 원가도 못 받는 의료수가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아닌 데, 어떤 젊은 의사가 필수의료의 길을 선택해서 가겠습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의료수가 현실은 전혀 취급하지 않고, "OECD 국가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는 겁니다. "수가 올려줘도 해결이 안되더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수가를 OECD 국가 평균 정도로 올려줘 본 적도 없으면서 의사집단만 돈만 밝히는 파렴치범으로 내모는 발언입니다. 의료수가를 올리려면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이 의료비를 더 내야 하는 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인들도, 나서서 이야기하시는 분이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를 언급하게 되면 정치인들의 인기가 떨어지니 그러시겠지요. 2) 또한 개원의의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이렇게 급작스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의대 졸업 후 몇 년 동안은 개원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는 필수 의료인력을 절대 늘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필수의료에 뜻이 많이 있습니다만, 인턴, 전공의를 거치면서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꿈을 접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의 장벽을 낮추는 쪽으로 우리 어른들이 계속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3.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절실합니다.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의사들의 처우도 열악한 경우가 많지만, 간호사들의 처우는 매우 심각합니다.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 중에, 의사 앞에서는 겸손하면서도 간호사들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정신 노동 외에 육체적으로도 하루 3교대 근무는, 사람의 신체 리듬을 많이 훼손시키기에, 불임이나 유산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켜, 30대만 되어도 3교대 근무를 못하겠다는 간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처우개선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부결된 간호법에, 의사의 진료행위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의사단체와 충돌을 한 것으로 압니다만, 이것도 크게 보면 근본 원인은 의료수가가 낮은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수가가 정상적이면 의사 /간호사의 진료권 다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의료수가가 올라야 간호사들 처우개선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코로나 사태 같은 국가위기상황에서 의료인들, 특히 간호사들을 위험한 현장에 내몰고 나서 나중에 월급도 제 때 챙겨주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한 의료상황시, 최전선에 나서는 의료인들에 대한 '위험수당이나 보상'은 '확실하게 챙겨줘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소방관이나 군인, 경찰관등처럼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직종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인 데, 너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위험수당이나 보상'에 대해서는, 정치가들이 일을 너무 안하시는 듯합니다. 4. 의사 단체를 '돈만 아는 파렴치범'으로 매도하지 말아주십시오 실제로 OECD 국가의 의사 노동시간과 연봉을 비교해서 분석해보면, 한국 의사들이 얼마나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근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봉을 받는 지 통계로 나오는데, 국민들은 집단이기주의의 거대권력집단으로만 생각합니다.   - 외국에 한 번이라도 나가서 외국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본 국민들은 아실 겁니다. 한국의료시스템이 낮은 의료수가(병원비)로 병원 문턱이 낮아 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 지를 말입니다. 외국 의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아마 1주일만 근무하면 바로 사표를 낼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외국 의사들은, 워라밸을 중시해서 우리 한국의사들처럼 자기 희생해가면서까지 환자들을 돌보지 않습니다. 작금의 의료대란을, 전공의들만의 잘못이라고 하지 말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하고 정부의 상황을 재고하십시오. 현실 의료계에 남아있는 의사들은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고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상황으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수술을 기다리는 급한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료대란 이후로, 저는 예정된 정규수술은 못하고 응급/준응급 수술만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뇌출혈 환자분을 동료교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을 수술했고 수술장에 있는 동안, 병동에는 의사(전공의)가 없으니 수술장에서 병동 호출을 받아가면서 수술을 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병동에서 환자의 심각한 상황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급한 수술을 해야 될 제 환자들 중에, 모야모야병 아이들을 가진 40대 초반의 주부가 제 눈에 밟힙니다.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들인 데, 아이들은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했는데 정작 아이들 엄마는 아직 수술을 못 받고 있습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밝고 맑게 자라니까요. 그리고 팔다리 마비가 자주 오는 50대 여성 모야모야병 환자분도 수술 대기중이고, 뇌동맥류가 터지기 직전으로 무섭게 생긴 60대 여자 환자분도 대기중입니다. 지금의 의료대란에서는 이런 어려운 환자들은, 수술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술 후 관리를 잘 해야 하는 데, 현재 전공의가 빠진 상태에서는 도저히 위험해서 정규 수술을 시행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를 늘리라는 건데 의사들은 왜 반대하냐?"라고 생각하시는 데, 이것도 결국 의료수가 문제입니다. 의료수가가 턱도 없이 싼 데, 전공의 말고 양질의 전문의를 병원에서 많이 채용할 수는 없지요. 그나마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전공의들을 병원에서 소위 '교육'이라는 명제 하에 진료에 투입하여 전공의들의 희생을 통하여, 현재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건 데, 지금의 의료수가로 병원에서 많은 양질의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만 늘어난다고 병원이 양질의 전문의를 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의료수가 현실화 없이, 의사수만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희생정신으로 일했던 의사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서 한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뿐입니다. 이런 환자들이 더 희생되지 않으려면 윤석열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셔서 '의대정원도 합의 대상'에 포함시켜주셔야 지금의 이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라도 있지, 대통령님께서 "2000명 증원은 변할 수 없다"라고 밀고 나가시면 이번에는 전공의들도 정말 전공의 수련을 포기할 세대입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젊은 전공의시절에는 의사에게 한없이 불합리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많은 낙담을 했고 한 때는 미국 의사고시를 다시 준비해서 미국 의사가 되고픈 마음도 있었기에 전공의들의 낙심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의사입니다. 우리가 일한다면 누구를 위해 일하겠습니까?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의사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께서는 현직 실무자 의사의 진심 담긴 글을 읽어 보시고, 아무쪼록 '정부/의사단체(의협과 교수단체)'와의 중재가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어느 정도 밝은 희망을 가지고 복귀해야 한국 의료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사법처리가 무서워서 복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재가 되려면 '의사 수 증원 2000명' 전제를 깨고 해야 합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그들이 복귀한다고 해도 현실에 쓸씁해하며 더 나아가지 못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날 겁니다. 미국 의사국가고시(USMLE) 인터넷사이트가 폭주해서 폐쇄되었다는 씁쓸한 기사처럼,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에 책임있는 인재들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연일 언론에서는 진료를 제 때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 기사가 뜨고, 그로 인해 국민 여론은 의사 단체를 '돈만 아는 파렴치범'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해서는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의 의료의 미래'일 뿐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드림
2024-02-29 10:38:11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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